바하마 토속 음악 정카누의 세계화에 앞장 서는 '풀어 놓은 아홉 마리 개 때' - BAHA MEN 양동근과 라일라 알리(Laila Ali)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 CF의 속편에 쓰이면서 다시금 늦깎이 인기 몰이에 나선 곡이 하나 있다. 지난 2000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며 [MTV]가 선정한 '최고의 응원가'로 꼽히기도 했던 문제의 곡이 바로 "Who Let The Fogs Out"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20년의 무명 시절을 딛고 하룻밤 만에 팝 계의 신데렐라로 부상한 그룹"이라는 요란스러운 수식어를 동원해 가며 칭송해 마지 않았던 정카누(Junkanoo) 팝-댄스 그룹 바하 멘(Baha Men)의 히트 곡이기도 하다. 기억력 좋은 팝 팬들이라면 이들 바하 멘이 초유의 히트 싱글 "Who Let The Dogs Out" 덕에 2000년 말의 [빌보드(Billboard) 음악 상]에서 '올해의 월드 뮤직 앨범상'과 '올해의 월드 뮤직 아티스트상'을 수상해 2관왕에 오르는가 하면, 해를 넘겨 이듬 해 2월 개최되었던 [제43회 그래미(Grammy) 시상식]을 통해 '최우수 댄스 레코딩' 부문 트로피를 거머쥔 일도 떠올릴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게다가 적어도 해외 팝 시장에서만큼은 흥행성과 음악성으로 뿐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폭발적인 인기 또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들의 "Who Let The Dogs Out"은 [키즈 초이스(Kids' Choice)] 시상식이 선정한 '올해의 노래' 부문에 선정되었고, 엔싱크(*NSYNC)의 투어에 동반하기도 했다. 물론, 이들의 앨범이 국내에 라이선스 발매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벌써 세 번째다. 하지만 최근의 빛나는 업적 외에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적은 것이 사실이다. 바로 옆 나라 일본에서의 이들의 입지와도 너무나도 딴 판이다. 지난 6장의 앨범들이 연속 플래티넘 디스크 인증을 받았는가 하면, 심지어 이들은 일본 시장을 위한 앨범에만 보너스 트랙을 수록하기도 했다. 고국 바하마(Bahama) 정부가 공인한 바 "바하마가 낳은 가장 위대한 음악 대사" 칭호를 얻고 있으며, [타임(Time)]지로부터는 "50년대의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 70년대의 밥 말리(Bob Marley)에 이어 최고의 인기를 구가 중인 섬나라 출신 뮤지션"이라는 칭호가 적어도 그곳에서는 충분히 먹혀 들고 있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지난 역사와 음악적 행보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자. 아! 그에 앞서 그들이 탄생하기까지의 뒷이야기부터 좀 해야 겠다. 1971년, 바하마 자국 내에서 가장 큰 히트를 기록한 대중 음악은 '비기닝 오브 디 엔드(Beginning Of The End)'라는 으스스한 팀 명을 자랑하는 밴드의 "Funky Nassau"였다. 이 곡은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노예 시절부터 이들 바하마 인들과 함께 했던 전통 음악 장르인 정카누와 팝 사운드를 결합한 최초의 곡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정카누라는 용어는 19세기 바하마의 실존 인물 존 카누(John Canoe)에게서 연유한 것으로, 노예 혁명가이면서 타악기 연주에도 능했던 그가 즐겨 연주하고 전파 시킨 리듬 형태이다. 서부 아프리카 리듬에서 발전된 타악 연주 형태인 정카누는 양 가죽으로 만든 드럼이나 전통 관악기 그리고 휘파람과 사람의 육성을 혼합해 파티나 축제에 어울릴 경쾌한 음악을 지칭한다. 이것이 팝과 결합되니 전 세계 클럽 신에서도 충분히 통용될 법한 비트로 재 탄생한 것이다. 이에 고무된 낫소(Nassau) 출신의 젊은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밴드를 조직해 세계 시장 진출을 꿈꾸곤 했다. 그 중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가 바로 게리 데이비스 앤 더 벤더스(Gary Davis & The Vendors)였는데, 1972년 [빌보드] R&B 차트에 "Funk Machine"이라는 곡을 등재 시킨 바 있다. 당시 이 밴드는 10대의 나이라 믿어지지 않는 드럼 솜씨를 자랑한 콜린 "모" 그랜트(Colyn "Mo" Grant)로 인해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80년대 초,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한 드러머 "모" 그랜트는 낫소 언디 신에서 맹활약을 벌이고 있던 베이시스트 이사야 테일러(Isaiah Taylor), 기타리스트 허셀 스몰(Herschel Small), 키보디스트 제프리 셔(Jeffrey Chea)를 규합해 하이 볼티지(High Voltage)라는 이름의 밴드를 결성했다. 이들은 밴드 자체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바하마 최고의 스타로 급부상했고, 바하마의 국민 스타 에디 미니스(Eddie Minnis)의 백 밴드로도 명성이 드높았다. 마이애미 지역 녹음 스튜디오에 근무하다가 케이 씨 앤드 선샤인 정카누 밴드(K.C & Sunshine Junkanoo Band)라는 밴드를 만들어, 디스코와 소울을 결합한 정카누 사운드를 장기로 크고 작은 히트 곡을 양산 했던 해리 케이시(Harry Casey)의 성공담 역시 이들을 충분히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기타 연주인 패트릭 케이시(Patrick Carey)와 타악기 연주인 앤서니 "몽크스" 플라워즈(Anthony "Monks" Flowers)는 티 커넥션(T. Connection)을 결성 해 1978년에 정카누 댄스 넘버 "Do What You Wanna Do"를 히트 시켰다. 이들은 경쟁자의 입자에 서 있으면서도 좋은 유대 관계를 간직하고 있었고, 이것이 후일 이들이 바하 멘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스튜디오 엔지니어이면서 톰 톰 클럽(Tom Tom Club)의 댄스 넘버 "Genius Of Love"에서는 베이시스트로 활약하기도 한 켄달 스터브스(Kendal Stubbs)에 의해 발탁된 이들, 하이 볼티지는 낫소 지역에서는 가히 고전의 지경에 이른 로니 버틀러(Ronnie Butler)의 히트 곡 "Back To The Island"를 리메이크 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케 된다. 당시 [빅 비트(Big Beat)] 레코드의 A&R 담당자로 근무 중이던 스티브 그린버그(Steve Greenberg)에 의해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게 되면서 지금과 같은 바하 멘으로 개명하게 되었다. "Back To The Island"가 미국 클럽 신에서 소폭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1992년, 대망의 데뷔 앨범 「Junkanoo」를 출시하지만 정작 반응은 그다지 시원치 않았다. 하지만 절치부심 끝에 발표한 2집 앨범 「Kalik」은 오랜 친구 사이이자 팬이기도 했던 레니 크래비츠(Lenny Kravitz)가 선사한 싱글 "Sunny Day"가 일본 시장에서 차트 정상에 오르는 등 예상 치 못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1994년 출시한 「Kalik」 앨범에서부터 팀 멤버들의 변화 양상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우선 전 티 커넥션 출신의 캐리와 "몽크스" 플라워즈가 정식 멤버로 영입 되었다. 이 즈음 [터치스톤(Touchstone)] 영화사가 제작하고, 프랑스 출신의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르두(Gerard Depardieu)가 주연을 맡은 [My Father, The Hero]의 사운드트랙 작업에 참여하는 호기를 맞이하기도 한다. 한편, [빅 비트]를 떠나 [폴리그램(Polygram) 산하의 [머큐리(Mercury)] 레코드의 A&R 부서로 직장을 옮긴 스티브 그린버그는 그가 발굴한 바하 멘 역시 함께 데리고 갔다. 바하 멘의 [머큐리] 레이블에 소속되어 2장의 앨범을 더 출시했다. 1997년 발표한 「I Like What I Like」앨범이 국내에 첫 라이선스 출시되었던 이들의 정규 작품집인데, 케이씨 앤 더 선샤인 밴드의 주요 히트 곡을 메들리로 리메이크한 "That's The Way I Get Down", 유쾌한 댄스 넘버 "Bounce And Jump In"등을 담고 있었다. 마이클 잭슨의 앨범 작업에 동참했던 토미 디(Tommy D) 등의 이름이 발견된다. 이듬 해인 1998년에는 밝고 경쾌한 이들의 특유의 사운드가 전면에 포진 된 「Doong Spank」 앨범을 출시해, "카리브 해에 다녀 온 빌리지 피플(Village People)의 사운드 같다."는 평을 얻었다. 1999년은 이들에게 있어 가장 큰 변화기를 맞이 한 시기로, 세 명의 보컬리스트가 영입 되었다. 그 첫 타자가 릭 케이시(Rick Carey)로 그는 기타리스트 팻 케이시의 친아들이고, 나머지 두 명인 마빈 프로스퍼(Marvin Prosper)와 오메리트 힐드(Omerit Hield)는 본디 밴드의 오리지널 보컬리스트로 활약했던 네헤미어 힐드(Nehemiah Hield)와는 사촌 지간이다. 오랜 연륜과 음악 생활로 빚어진 탄탄한 실력에 젊고 신선한 감각이 수혈되면서 지금과 같은 9인조 라인업을 완성하게 되었다. 리드 보컬의 릭과 오메리트 그리고 랩 파트까지 책임지는 마빈 프로스퍼가 주로 전면에 나서는 얼굴 마담 역할을 담당했고, 기타 연주와 보컬 그리고 음악 작업 전반은 허셀 스몰의 몫이었다. "몽크"는 퍼커션을, 제프리는 키보드를, 패트릭이 기타를, "모"가 드럼을 그리고 이사야가 베이스 연주와 그룹의 리더 역할을 담당하는 시스템이 정상 가동을 시작했다. 2000년이 밝았고, 우연히 카리브 해 연안에서 널리 불려지고 있던 "Who Let The Dogs Out"을 접하게 된 스티브는 바하 멘의 리더 이사야에게 이 곡을 커버 해 발표할 것을 종용했다. 특히 스티브는 직접 [아르테미스(Artemis)] 레이블을 차려 적극 후원을 약속할 정도로 이들을 깊이 신뢰하고 있었다. 결국 이 곡이 포함된 「Who Let The Dogs Out」 앨범은 발매 4개월 만에 3백 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전 세계 12개 국가에서 Top 10을 기록하고, 10개국에서 골드 혹은 플래티넘 앨범을 획득했다. 동부 힙 합과 정통 레게 사운드를 절묘하게 믹스하고 펑키(funky)한 리듬 연주를 가미한 타이틀 트랙은 "Woof! Woof!" 하는 의성어 추임새와 함께 이제는 너무나 친숙한 히트 넘버가 되어 버렸다. 1998년에 트리니다드(Trinidad) 출신의 뮤지션 앤스렘 더글러스(Anslem Douglas)에 의해 불려졌던 묵은 곡이라는 전력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You All Dat"과 같은 후속 싱글도 힘을 실어줬다. 2001년에 발표한 「2 Zero 0-0」 앨범 역시 1974년 블루 스웨이드(Blue Swede)의 원전에 매끄럽고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Hooked On A Feelin'" 등이 클럽 신을 중심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어 히트 애니메이션 [슈렉(Shrek)] 사운드트랙 작업에 참여해 경쾌한 업 템포 댄스 트랙 "Best Years Of Our Lives"를 완성시키기도 했다. 자, 그러면 어느 하나 지나쳐 듣거나 버릴 만한 구석 없고, 낙관적이며 생산적인 에너지로 충만해 있는 이들의 야심 찬 행보가 돋보이는 통산 여덟 번째의 신작 앨범 「Move It Like This」에는 과연 어떤 곡들이 담겨 잇는 지 알아볼 차례다. 우선 첫 싱글로 발매되어 빅 히트를 기록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된 타이틀 트랙 "Move It Like This"는 비틀즈의 고전 "Twist And Shout"의 후렴부 코드 라인을 연상시키는 멜로디 라인 위로 쏟아져 나오는 여성 코러스의 간질간질하고 상쾌한 매력에 "Can you move it like this? I can shake it like that."이라 외치는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샘(Sam Hollander)과 데이브(Dave Schommer)이라는 이름 대신 팝 록즈(Pop Rox)라는 이름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 온 프로듀싱 팀이 맹활약을 펼쳤다. 스티브 그리고 바하 멘 멤버들이 공공 작업을 펼친 트랙이기도 하다. 나중에 리믹스 버전으로 한 번 더 만나볼 수 있기도 하다. 본 작에서 가장 돋보이는 트랙 가운데 하나가 바로 "I Thank Heaven"인데, 오랜 투병 끝에 명을 달리한 소울 음악의 거인 커티스 메이필드(Cutis Mayfield)의 1963년 앨범 「Keep On Pushing」의 수록 곡을 나름대로 재해석 했다. 그룹 개인적으로는 작고한 바하마 출신의 뮤지션 웬달 스튜어트(Wendell Stuart)에게 헌정하는 의미를 지닌다. 작년 여름 낫소에서 가진 공연 도중 그에게 헌정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편 올 여름 가장 널리 연주될 결혼 축가로 남을 공산이 크다. 이미 [슈렉] 사운드트랙을 통해 즐긴 바 있는 "Best Years Of Our Lives" 역시 실려 있어 기쁨을 두 배로 만들어 주고 있다. 아울러 보너스 트랙으로 다시 수록된 "Who Let The Dogs Out"에 필적하는 폭발적인 리퀘스트를 자랑하리라 예상되는 싱글로 "Giddyup"를 꼽을 수 있다. 정카누의 색채를 보다 옅게 드리우고 대신 펑키 R&B 댄스의 향취를 흠씬 가미했다. 해리 닐슨(Harry Nilsson)의 고전에 바하 멘 다운 터치를 가미한 "Coconut" 역시 이들의 매력을 충분히 드러내고 남음이 있다. 게스트 래퍼 구피(Goofy)의 감초 역할이 돋보이는 "Normal" 또한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주장하는 흥겨운 댄스 넘버이다. 그 외 지금도 바하마를 소개하는 여행사 CF 등에 즐겨 사용되곤 한다는 이들의 고전 "Back To The Island"의 후속 편쯤으로 보면 좋을 "Break Away" 역시 무난하게 흘러 넘어가는 트랙이며. 레개와 R&B 사운드를 믹스하고 인기 뮤지컬 [렌트(RENT)]의 오리지널 캐스트 다핀 루빈 베가(Daphne Rubin-Vega)가 앙증맞고도 소울풀 한 게스트 보컬을 선보인 "Rich In Love" 는 물질 만능 주의 대신 참 사랑을 나누며 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 「Kalik」에 이어 레니 크래비츠가 오랜 우정과 동료애를 과시하며 백 보컬 세션을 자청하고 나선 것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거리가 되고 남음이 있는 "I Just Want To Fool Around", 거칠게 울리는 기타 리프와 코러스 파트가 인상적인 "We Rubbin'"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그들의 신화는 2002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극히 대중적이면서 R&B, 힙 합, 랩, 틴(teen) 팝 사운드 그리고 바하마 토속 음악 정카누가 절묘하게 믹스된 독특한 스타일을 창출해 낸 바하 멘 가는 길에 태클 걸고 들어올 자가 누구일까 싶다. 아울러 가장 국지적인 것으로 전 세계 시장을 정복한 또 하나의 좋은 선례로 기록되며, 숱한 동료 뮤지션들에게 좋은 귀감으로 남을 것 또한 확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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