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Waiting
02. Barton Fink
03. She Was Persuaded
04. She Spread Her Wings
05. Gallipoli
06. Racing (slight Return)
07. The Salt Of The Ocean
08. Time Travels With You
09. Spanish Maiden
10. In The Hall Of The Faithless
11. Bf
12. Stars Are Streaming
13. Temporary Friend
14. J'abandonne
15. This Hour
16. When That Was Me
17. Even When
18. Jaykay
19. Rainy Day

미국 인디 모던 록 음악계의 실력자
H.M.R. (Hungry Mind Review)의 국내 첫 소개 앨범 - [J'Abandonne]

'우리는 제프 버클리, 존 케일, 닉 드레이크, 비틀즈, 틴더스틱스, 버즈, 록시 뮤직의 영향을 받았다.'

한때 자기의 우상이었던 음악인들의 이름을 열거하면서 인터뷰에 응하는 뮤지션들의 표정은 어떨까? 헝그리 마인드 리뷰의 세 명의 남자들은 글쎄..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도 눈빛만은 음악 청년처럼 빛나지 않았을까?

미국 댈러웨이, 통조림으로 유명한 윌밍턴에서 세 명의 청년들은 음악 결의를 맺게 된다. 어려서부터 악기를 배우고 음악을 파트너로 삼아왔던 스티븐 베일리(Stephen Bayley / 리드 싱어, 기타, 키보드)와 고든 커밍스(Gordon Cummings / 드럼, 백업 보컬), 홀트 에반스(Holt Evans / 베이스, 기타, 백업 보컬)는 1992년 헝그리 마인드 리뷰(Hungry Mind Review)라는 - 이하 그룹 이니셜 약자인 HMR로 표기 - 이름 아래 3인조 편성의 밴드를 결성한다.

이들은 6,70년대의 브리티쉬 포크 록을 즐겨 들으면서 꿈을 키워왔고, 70년대의 파워팝 무브먼트에 영향을 받으면서 음악을 공부해 왔다. 그리고 팀 버클리, 제프 버클리 부자와 존 케일, 틴더스틱스의 음악을 들으면서 이들은 HMR의 스타일을 다져나간다. HMR은 브리티쉬 포크 록에 영향을 받은 음악으로 어쿠스틱한 분위기와 우울 모드를 기반으로 멜로디가 살아있는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고 미국을 비롯해서 영국,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등의 라디오에서 인기를 기록한다. 그러면서 소소하게 팬덤을 형성해 간 HMR은 1994년에 셀프 타이틀의 데뷔 앨범을 발표한다. HMR은 데뷔 앨범으로 멜로디에 관한 한 숙련된 솜씨를 자랑한다는 평을 들었다. 분위기와 멜로디가 살아있는 HMR, 오버그라운드에서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 언더그라운드에서의 열정적인 박수와 환호가 더 익숙한 그들은 1996년에 두 번째 음반 [J'Abandonne]을 발표하고 1999년에 세 번째 음반 [Redemption]을 선보인다. 세 번째 음반을 발표하면서 HMR은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본격적으로 음악팬을 파고들게 되었다.

HMR은 '아름답고 하모니가 살아있는 사운드', '기분좋은 멜로디',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가장 실력있는 밴드' 등등의 수식어를 달고 우리 앞에도 등장한다. 1996년 [J'Abandonne]을 앞세우고.. 음악 팬들을 그 앞에 무릎 꿇리는 건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제프 버클리의 우울함과 틴더스틱스의 비감 어린 오케스트레이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다음 트랙을 듣게 만드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 등을 매력으로 하는 [J'Abandonne]은 1996년에 발표됐는데 당시 이들은 섬세하면서도 풍성한 사운드 메이킹, 깔끔한 작곡 실력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었다. 스티븐 베일리와 홀트 에반스가 프로듀서를 맡은 이 앨범은 모두 14개의 트랙으로 이뤄져 있으며 5개의 보너스 트랙이 아쉬움을 달래준다.

영국 인디씬의 음악들을 연상시키는 "Waiting"은 무겁기만한 스티븐 베일리의 보컬과 기타 연주가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스트링 세션으로 사운드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고,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인 멜로디 역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성의 없이 읊조리는 듯한 스티븐 베일리의 보컬이 매력적인 "Barton Fink"는 기타 연주가 다소 흥겨운 분위기를 전하는 가운데 자연스러운 진행과 적적한 사운드 어레인지먼트로 코엔 형제의 영화 "바톤 핑크"의 분위기를 생각해도 그럴 듯 하게 어울린다. Beatles나 The Byrds를 연상시키는 기타 워크로 일관하는 "She Was Persuaded"는 HMR의 또 다른 분위기를 전하는 곡으로 흥겨운 트랙이다. HMR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놀라게 되는 "She Spread Her Wings"는 멜로디를 진행시키는 기타 연주가 맑게만 들리는 소박한 트랙으로 리듬감이 살아있다. 멜로디 또한 다른 곡들에 비해서 낯설지 않아 인기를 끌만한 곡. 별다른 멜로디 변환 없이 긴장감을 형성하는 기타 연주가 매력적인 "Gallipoli"는 사운드를 두텁게 만드는 신디사이저 연주로 꽉 찬 느낌을 전한다. 또 하나의 발랄한 트랙 "Racing (Slight Return)"은 로큰롤 사운드로 달콤한 멜로디를 전하는 파워 팝 스타일의 곡이고,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감미로운 시작을 알리는 "The Salt Of The Ocean"은 스티븐 베일리의 포크 스타일의 창법을 들을 수 있는 곡이다. 그밖에 스패니시 기타 연주가 흥겨운 "Spanish Maiden", 포크 스타일의 "Temporary Friend" 등이 수록돼있다.

음악적인 재능으로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아내는 것도, 또 그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도 대중 음악 시장에서는 퍽이나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HMR은 6년이 넘게 그 고집을 꺾지 않았고, 드디어 우리에게까지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자신들에게 영감을 준 뮤지션들의 위대함을 HMR만의 음악에 녹여내고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음악 청년들에게는 흥분되는 작업이 아닐까? 앞으로도 이들이 고집을 꺾지나 않을까 하는 고민은 접어두어도 되겠다.

글 / 이소연 (KBS 2FM 작가, 앨범내지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