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치즈의 음악은 밴드 이름처럼 치즈 같다. 그 치즈는 대규모 자동공정을 통해 가공 처리된 식품은 아니다. 데뷔 앨범 ' Green Cheese '에 수록된 열 한 곡들은 모두 눅눅하고 음색이 진한 리얼 라이브로 작업되었다. 오랜 연습을 거친 뒤, 덧입히기나 찍어가기를 하지 않고 한 획에 긋는 원 테이크(one take) 방식으로 아날로그 동시 녹음을 한 것이다. 이들의 음악은 마치 저온 살균된 우유를 식혀서 큰 통에 부은 뒤 효소를 가미, 다시 가열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 뒤 틀로 잘라 저온에서 몇 달간 보관하는 복잡다단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치즈와 닮았다. 음악 색채도 꼭 같다. 앨범의 첫 번째 곡 'Green cheese'는 단단하고 농밀한 하드록 연주곡이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의 삼위 구성을 기반으로 그린 치즈는 즉각적인 연주회(gig)를 자연스레 연상시키는 다채로운 변주와 멤버 각자의 기량을 선보인다. 그것은 복고이기도 하며, 원형에 충실하고자 하는 본위에의 지향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아날로그적 성향은 멤버 이경남과 조정치가 작곡한 나머지 목소리가 묻어나는 곡들에 뭉근히 배어난다. 구식의 뜨뜻한 치즈에 가미한 것이 녹색 색소이다. “언젠가 들어본 듯한 멜로디 / 흔하게 굴러다니는 낱말들”라는 타이틀 곡 'First song'의 가사처럼 그린치즈의 노래들은 낯선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언젠가 들어본 멜로디처럼 곡들의 선율의 동선은 감성적이며 몽실몽실한 모던 록을 계승하고 있다. 가사 역시 낡아있거나 현학적이지도 않으며 지나치게 자기 추상에 천착하지도 않는다. 푸르른 연두 빛 녹색의 젊음을 거짓되지 않게, 그들의 사랑과 상실감들을 솔직하게 전한다. 밴드의 음악 지형도는 그래서 클래식 록이라는 아름드리나무 밑동에서 기쁘게 뻗어가는 젊음의 가지와 녹음의 풍성한 나뭇잎들로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곡이 'She's so fine'이다. 감성적이며 곡의 안정된 구조가 특징적인 조청치의 특징과 언어보다는 변주와 솔로 파트로 연주를 강조하고 록의 특성이 보다 돋아나는 이경남의 특징이 조화롭게 엮여있는 이 노래는 그린 치즈의 아날로그-모던한 감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한 번의 붓질로 그림을 완성한 탓에 통제되지 못 한 순간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Black bird lies'는 반복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후반부의 절이 더욱 고조되고 호흡이 가퍼지는 전개를 띠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인솔하는 보컬은 다소 불안하고 드럼과 기타는 완전한 공명을 이루지 못한다. 이는 '텅 빈 눈동자'에서도 유사한데, 몰아치는 드라이브가 중심을 이루는 곡인지라, 매력을 다 살리지 못 해 남는 아쉬움 때문에 문득 다른 방식의 녹음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그 한 번의 힘 센 붓질은 동시에 은근한 여러 재미를 준다. 실제의 현장감에 더해 망설이는 듯도 하고 서두르는 듯도 하는 순간들은, 목소리의 떨림은 묘한 긴장감을 전가해 줄 것이다. 그리고 곡을 연주할 당시, 그들의 심정을 살포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틈새 없는 완결을 잃는 대신, 디지털의 매끄러움이 품을 수 없는 거칠고 투박한 인간미들을 얼싸안고 있다고나 할까. ' Green Cheese '는 오래 곱씹을수록 진하게 단 맛이 배어나는 쌀밥 같은 앨범이다. 어쩌면 평범한 연가나 청춘가로 그쳤을 수도 있었을 곡들에 이들은 정통 록을 노릇하게 덧 입혔다. 거듭 들을 때마다 '너와 함께'에서 행진풍의 드럼 진행이라든가, 조정치의 곡들에서 스며나는 반복 사이의 여백에 슬그머니 자리한 변주, '그녀는 너무 아름다워'에서 비치는 몽롱함과 뜨거운 감정을 대신 이야기하는 기타 솔로, '주민등록증 말소'와 '텅 빈 눈동자'의 연작적인 구성과 느낌 등 새록새록 갖가지 실험과 진지, 재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린치즈의 데뷔작은 할 얘기가 많은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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